'체리마호' 극장판 한국 개봉 맞춰 내한한 카자마 히로키 감독 "한국 관객들 열량 엄청났어"

등록일 2022년07월19일 09시50분 트위터로 보내기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호평받은 인기 드라마 '체리마호: 30살까지 동정이면 마법사가 될 수 있대'의 대단원을 그린 극장판 '체리마호'(チェリまほ THE MOVIE 30歳まで童貞だと魔法使いになれるらしい)가 국내 개봉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체리마호'는 마법에 의해 마음의 소리를 듣게 되면서 시작된 '아다치'와 '쿠로사와'의 아슬아슬한 사내연애를 그린 로맨스 작품으로, 동성애를 소재로 따뜻한 시선과 세계관으로 그려낸 러브 스토리가 호평받았다.

 

기자도 극장판 '체리마호'를 관람했는데, 좋은 사람들이 나오는 따뜻한 시선의 영화이자, 평범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감동과 사랑이 가득한 로맨스 영화였다. 젊은 시절 야오이, BL 만화나 아니메 작품은 꽤 봤지만, 실제 배우들이 연기하는 작품은 경험이 적어 어떨까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영화를 본 뒤 '체리마호'가 어떤 영화냐는 질문을 받고 걸작 애니메이션 '마크로스' 극장판에서 하야세 미사의 명대사 '평범한 러브송'을 떠올리며 '평범한 러브 스토리'라고 답했다는 점도 언급해 두고 싶다.

 



 

한국 개봉을 맞아 내한해 바쁜 일정을 소화중인 카자마 히로키(風間太樹) 감독을 만나 영화 제작과정, 한국 관객들의 반응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한국 관객들의 열량에 놀랐어
이혁진 기자: 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한국 관객들과 GV를 진행하셨는데 반응을 어떻게 느끼셨나요
카자마 감독: 일본에서는 GV 등을 진행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는데 한국에서 GV를 진행하며 정말 관람객들의 열량이 엄청나다는 점에 놀랐습니다. 드라마를 제대로 봐 주신 분들의 질문도 많았고요. 정말 세세한 부분에 대한 질문이 나와 놀라기도 했습니다.

 

작품을 정말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써서 봐주신다는 것이 실감나서 재미있기도 했고 한편으로 제대로 답해야겠다고 긴장도 되었습니다.

 

드라마 연출에 이어 극장판 감독까지 맡으셨는데, 체리마호가 이렇게 해외에서도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예상하셨었나요. 한국 팬들의 반응에 대해 어떻게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카자마 감독: 네트워크로 연결된 시대이다보니 SNS 등을 통해 많은 감상과 응원 메세지는 받고 있었습니다. 한국 개봉이 정해진 뒤에는 기다리는 팬들의 목소리도 듣고 있었고요.

 

한국 오기 전 그런 경험으로 해외, 한국 관객들도 좋아해 주신다는 것을 실감한 상태로 왔는데,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공개되어 좋은 평가를 해 주시는 팬들의 표정을 직접 보고 한번 더 제대로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극장판의 테마, 담으려 한 것은 무엇이었는지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카자마 감독: 드라마를 통해 주인공 아다치와 쿠로사와의 사랑이 이뤄지는 내용을 다뤘는데 영화에서는 어떤 테마로 이야기를 만들까 생각한 결과 두 사람이 맺어진 다음 어떤 방향을 향할까를 그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때 자신들의 일상 속에서 느낀 것, 생각한 것을 서로 마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동거, 양친에게 서로를 소개하는 것 등 생활과 현실, 미래에 대해 정면으로 마주하고 함께 살아가는 것을 그려내려 했습니다.

 



 

가혹한 현실, 전개가 그려지는 것 아닐까 긴장하며 봤는데 아름다운 이야기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카자마 감독: 극장판에서 아다치의 마음, 쿠로사와의 마음을 각각의 양친이 받아들이는 것이 그려지죠. 그 안에서 두 사람의 부모님들이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 말로 표현하는 것도 다르게 묘사됩니다.

 

아다치의 부모님은 자신들의 아들인 아다치의 선택을 존중하는 사람들이며 쿠로사와의 부모님과 만날 때는 분위기가 좀 다르죠. 쿠로사와가 어떤 사람이며 그런 쿠로사와가 선택한 사람이 아다치라는 것을 부모님이 실감하는 시간으로 그려집니다.

 

아다치가와 쿠로사와가의 이야기, 부모님의 그런 실감, 감정의 흐름을 제대로 묘사하면서 받아들여지는 식으로 그리려 했습니다. 그래서 아름답게 마무리되었지만 그 안에는 갈등도 물론 있고요. 부모님과 아다치, 쿠로사와는 살아온 시간대도 다르고,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이 당연할 겁니다. 그런 양상을 그려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좋은 사람들만 나오는 작품이었습니다. 이런 세계관(?)에 대해 감독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카자마 감독: 세계관이 그렇다고 하면 그럴 뿐이겠지만, '체리마호'에는 자기 자신의 상황, 내면을 상대하는 데 필사적인 사람이 많습니다. 그들을 둘러싼 환경 속에서 악역이 나오고 그런 외부 요인을 열심히 노력해서 극복하고 영향을 받는 것이 '체리마호'의 이야기 구성에서는 필요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면으로 상대해야 하는 존재는 나 자신과 상대방인 것이죠. 아다치가 어쩌다 마음을 읽은 사람이 나쁜 사람이었다는 상황에서 시작했다면 모를까,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겠지만요. '체리마호'에서 외부 요인으로 이야기를 움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사람들만으로 이야기를 끌고갈 수 있다면 그걸로 문제없다고 생각하고, 트러블을 일으키고 싶어서 자극적으로 악역을 넣는 것은 여기서는 어울리지 않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물론 기본 전제로 '체리마호'의 세계관이 그런 상냥한, 좋은 사람들이 나오는 부드러운 분위기의 세계관이라는 것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싶었고요.

 

두 주역 배우, 현실과 연기 경계선 희미하게 느껴질 정도로 좋은 연기와 관계 구축했어
드라마에서는 현장에서 배우들의 연기에 따라 바뀌거나 애드립이 들어간 장면이 꽤 있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영화 촬영 중에도 그렇게 수정, 추가된 부분이나 애드립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카자마 감독: 영화에서도 기본적으로는 대본을 가져가서 촬영을 하지만 역시 두 사람에게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연기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싶었습니다. 함께 실제 테스트하고 움직여 보면 '여기까지 해버렸다'거나 '자연스럽게 이렇게 되었다'는 부분이 있어 그런 것들을 건져내서 완성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초반의 데이트 신이나 함께 살게된 뒤 아다치 방에 온 쿠로사와가 보이는 모습 등에는 그런 부분이 잘 살아있습니다. 애드립은 배우들의 연기하지 않은 원래 모습이 배어나오는 부분이기도 한데, 두 주역 배우는 드라마부터 시작된 캐릭터성에 대한 이해가 있는 바탕에서 보여준 것이라 그런 애드립 신도 제대로 캐릭터 성격과 장면을 이해하고 해준 것이라 생각합니다.

 



 

팬들이 두 주역 배우가 영화를 찍으며 더 사이가 돈독해졌는지 궁금해하더군요. 촬영하며 재미있는 헤프닝이 있었다면 같이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카자마 감독: 실제 본인들이 생각하는 것과 지켜보는 저의 시선은 다를 수도 있지만, 두 주역 배우는 연기와 현실의 경계선이 애매해질 정도로 사이좋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현장에서 연기에 몰입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그렇게 한 것이라면 그런 것일 뿐이지만, 좋은 관계를 유지했기에 끌어낼 수 있었던 게 많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드라마판에서는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과정을 그리며 거리감이 중요했습니다. 거리감에 따라 긴장감도 그려내고 쿠로사와가 이렇게 다가가고 아다치는 이렇게 다가가고 하는 것을 그려냈죠. 그런 거리감과 긴장감을 신경써 가며 연기해야 했습니다.

 

그에 비해 영화는 두 사람이 맺어진 다음이라 거리가 더 가까워졌죠. 두 주역 배우 사이에 배우로서의 신뢰감도 생겼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라면 초반 캠핑 데이트 장면에서 낚시하는 장면이 나오죠. 열심히 연기하려 했다기보다 현장에서 느낌은 편하게 낚시하며 즐기는 분위기였습니다. 촬영 현장에 의도치 않게 수달이 와서 놀고 있었는데 순수하고 해피한 장면다운 분위기를 연출해서 수달도 와서 같이 즐기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다치가 전근가는 곳이 원작과 같이 나가사키로 설정되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선 어떤 생각이신가요
카자마 감독: 원작에서 나가사키로 설정되어 그렇게 결정한 면이 크긴 합니다만, 다른 지역으로 하는 메리트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본에서 혼슈와는 거리감이 있는 큐슈, 나가사키와의 거리감은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고요. 간단하게 만나러 가기는 힘든 거리감이 감정의 거리감과 연계되어 설득력을 가진다고 생각해 나가사키가 베스트라고 판단했습니다.

 

마지막 해변 장면은 자연이 선물해준 기적과 같은 신
TV 드라마가 아닌 영화로 제작되는 만큼 연출적으로 신경쓴 부분이나 장면이 있었을까요
카자마 감독: 아무래도 영화는 극장에서 스크린으로 시간을 공유하며, 일정 시간을 확보해서 보게되는 것이죠. 드라마는 방송 시간은 정해져 있더라도 녹화해서, 혹은 온라인 서비스로 원할 때 볼 수 있을 것이고요. 관객들은 '체리마호'라는 영화를 보러 시간을 내서 와 주신 것이고 그런 만큼 집중해서 보실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체리마호'를 생각해서 볼 시간을 확보하고 극장을 찾아 주셨으니까, 드라마 판은 캐릭터의 독백으로 생각이 드러나곤 했다면 영화에서는 그런 부분을 약간 줄이고 캐릭터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관객이 함께 생각하는 영화가 되면 좋겠다고 의식해서 만들었습니다.

 

영화라 신경쓴 장면이라고 하면 어떤 장면을 꼽아야할지 애매하지만 영화에 담긴 매력적인 신이라고 한다면 하나 언급할 장면이 있습니다.

 

촬영 중 기적적으로 찍은 장면으로, 쿠로사와의 부모님께 인사하고 돌아가는 길에 두 사람이 해변을 걷다가 모래사장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장면이 있죠. 바다가 약간 거친데 하늘은 맑고... 부모님과 마주한 긴장, 하지만 좋게 마무리된 상황을 대변하는 듯한 장면이 되었습니다.

 

그들이 쌓아온 시간, 걸어갈 시간이 평온하기만 하진 않고 거친 세파가 있을 거라는 것, 하지만 그렇더라도 그들에겐 앞으로 살아갈 밝은 인생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풍경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 생각합니다.

 

이 신은 그런 날씨와 파도를 기다려 찍은 것이 아니라 촬영을 간 당일 우연히 그런 날씨와 파도를 만나 찍은 것으로, 자연이 준 기적적 장면이라 생각합니다.

 

극장판에서 감독으로 가장 만족스럽게 느낀 장면은 어느 장면인가요
카자마 감독: 대부분 신이 좋았지만 한 장면을 꼽는다면, 쿠로사와가 부모님과의 일을 부담스러워하다 아다치의 말로 짐을 내려놓게 되는 밤의 공원 대목을 꼽고 싶습니다.

 

쿠로사와의 마음이 비쳐지는 장면으로, 드라마에서부터 쿠로사와가 늘 지고 왔던 짐을 내려놓는 순간이죠. 그 순간을 드라마 7화에서 아다치와 쿠로사와의 거리가 줄어드는 장면과 일부러 겹치게 찍었습니다. 분위기나 거리도 다 맞춰서 촬영한 것이라 드라마와 영화를 모두 보시며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작 만화에서 이 장면은 꼭 영상으로 연출해 보고 싶다고 느낀 장면이 있었는지, 그리고 실제 영화에서 구현한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카자마 감독: '체리마호다움'을 소중하게 간직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두 사람이 맺어진 다음의 일상과 유머 등이 좀 더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원작에서 아다치가 쿠로사와에게 오무라이스를 만들어 주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을 의식적으로 생각해서 영화에도 넣었습니다. 쿠로사와의 일상 속에서의 매력이 표현된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핀오프를 만든다면 우라베의 시선에서 만들어보고파
'체리마호'의 등장인물 중 이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스핀오프를 만들거나 더 조명해 주고 싶은 캐릭터가 있을까요
카자마 감독: 우라베씨가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우라베는 제가 아주 좋아하는 캐릭터입니다. 부인을 아주 소중히 생각하지만 고민도 있는 캐릭터죠. 애정이 깊고 사람을 소중히 생각하는 인물입니다. 어쩌면 주인공 아다치의 에센스를 가진 캐릭터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그의 시선으로 아다치와 쿠로사와를 바라보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롯가쿠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내용은 있었는데, 좀 더 각도를 높여서 우라베의 시점으로 보는 것도 재밌겠다 싶어요. 우라베 역으로 열연한 스즈노스케씨는 커뮤니케이션도 잘 하고 인간적인 면도 있어서 그런 그가 연기해준 덕분에 우라베가 더욱 매력적인 캐릭터가 된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우라베 외에 이 캐릭터는 이런 면을 봐 줬으면 좋겠다 싶은 캐릭터가 더 있나요
카자마 감독: 롯가쿠도 좋은 캐릭터지요. 사람과의 거리를 신경쓰지 않고 돌파해 가는 캐릭터로 보이지만, 그럼에도 주변을 잘 보고 있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신경쓰는 캐릭터입니다.

 

감독의 입장에도 좀 닿아있는 성격의 캐릭터라 공감도라는 면에서 말하자면 롯가쿠가 가장 높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깊게 생각하지 않으면 '아 그런 후배 있지'로 끝나버리겠지만 단순하지 않은 캐릭터입니다.

 

'체리마호'를 연출하며 스스로 영향을 받은 캐릭터가 있다면 누구를 꼽으실까요
카자마 감독: 역시 가장 감정이입한 것은 아다치라고 생각합니다. 내심 생각하는 것이 잔뜩 있지만 불안이나 약함으로 안에 묻어두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다치가 마법을 사용해 사람들의 마음을 들을 때마다 자기 자신에게 마음이 열려 가고, 사람들과의 거리가 멀어진기보다 점점 가까워지는 것이 인간관계의 풍부함을 그린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다치의 기분과 같이 촬영을 진행할 때마다 마음이 열려가는 감각이 있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되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가장 감정이입하고 마음이 와닿았던 것은 아다치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그리고 아직 영화를 보지 않고 망설이고 있는 관객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카자마 감독: 한국에서 '체리마호' 극장판이 상영될 수 있게 된 데에는 목소리를 내주신 팬 여러분의 공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메시지를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일단 가장 큽니다.

 

드라마부터 극장판까지 계속 응원해 주신 분들께는, 드라마를 본 다음 영화를 즐기시는 만큼 등장하는 소재, 배경, 상황 등이 보면 볼수록 더 맛이 나는 영화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보실 때마다 새로운 발견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망설이고 계신 분들에겐 꼭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체리마호'에서 그려지는 것은 러브 스토리이고, 러브 스토리 안에서 연애의 즐거움이나 애절함도 그리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캐릭터도 많이 나오니 감정이입이 가능한 캐릭터가 하나쯤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극장으로 발걸음을 옮겨 주시면 좋겠습니다.

 

영화를 보신 다음 드라마를 보면 영화에서의 캐릭터들이 어떻게 살아서 지금에 도달했는지 '에피소드 0'를 보는 감각으로 즐기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와 드라마 모두 즐겨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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