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 규제 촉구 성명문을 발표한 네덜란드와 확률형 아이템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벨기에 등 최근 유럽 내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법적 규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국 정부가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 유럽 내 분위기와 다른 입장을 발표해 관심을 모은다.
영국 정부 산하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Department for Digital, Culture, Media&Sports, 이하 DCMS)는 17일(현지시간) 확률형 아이템 조사결과 및 후속대응책을 발표했다.
현지 보도 등에 따르면, DCMS는 2020년 9월부터 확률형 아이템 문제를 조사하기 시작했고, 조사 과정에서 청소년 게이머 및 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게임업계, 연구자, 비영리단체가 제출한 자료와 글로벌 게임산업 연구센터 인게임(InGame)에 의뢰한 확률형 아이템 연구결과 등을 검토 한 바 있다.
DCMS는 문서를 통해 "확률형 아이템이 도박 중독과의 연관성이 있는지를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했으며, 그밖의 잠재적인 정신 건강과 재정과 관련된 피해까지 광범위하게 파악했다"고 전했다. 또한, "32,000개 이상의 응답을 포함한 설문조사와 게임업계 및 기타 조직으로부터 50개의 제출물을 받았다"며 "조사 결과 확률형 아이템이 여러 해악과 연관될 수 있다는 점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DCMS는 "확률형 아이템과 도박 중독 사이의 인과 관계를 명확하게 제시하는 연구 결과는 발표되지 않았다"며, "확률형 아이템 이용자와 도박 중독자의 심리가 유사하다는 점은 확인되었으나 이것만으로는 '확률형 아이템'이 2005년 도박법(Gambling Act 2005)에 따른 도박의 정의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DCMS에 따르면, 확률형 아이템 구입을 통해 획득한 상품은 현금으로 환전할 수 없으며 게임 내에서만 사용하도록 제한되어 있다. 또한, 게임 업계는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 자녀 보호 기능, 확률형 아이템의 투명한 정보 제공 등 확률형 아이템 및 게임 내 지출과 관련된 소비자를 위한 여러 보호 조치를 도입하며, 이를 발전시키고 있다.
특히, 게임 업계가 주도한 자녀 보호 기능을 알리는 캠페인이 긍정적인 결과를 나타내기도 했다. 설문조사 결과, 자녀를 둔 가정의 약 4분의 3이 자녀와 게임에 돈을 쓰는 것에 대해 합의했으며, 이 중 84%가 자녀 보호 기능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72%가 자녀 보호 기능을 사용하고 있다.
다만 DCMS는 "확률형 아이템 구매는 부모나 보호자가 허락하지 않는 한 모든 어린이와 청소년이 사용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며 "어린이, 젊은이, 성인을 포함한 모든 플레이어는 안전하고 책임감 있게 게임을 즐기기 위해 지출에 주의하고 투명한 정보에 접근하며 이를 인지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확률형 아이템과 게임에 대한 미래의 정책 결정을 보다 광범위하게 알리기 위해 더 나은 증거와 연구가 진행되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DCMS는 "보다 개선된 업계 주도의 자율 규제를 권고한다"는 방침이다.
DCMS는 "부모가 어린이와 청소년의 게임에 적극적이고 정보에 입각한 관여를 할 수 있도록 게임 업계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게임 회사 및 플랫폼, 정부 부서 및 규제 기관의 대표가 포함된 기술 작업 그룹(technical working group)을 소집해 확률형 아이템으로 인한 피해를 완화하기 위한 업계 주도의 강화된 조치를 강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DCMS 나딘 도리스 장관은 "정부 개입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업계에서 먼저 어린이, 청소년, 모든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 전에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다만, DCMS의 결정이 확률형 아이템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DCMS는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은 통제력이 낮고, 친구들의 반응에 민감하며, 구매 및 확률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서 확률형 아이템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입을 우려가 높고, 성인 중에도 과도한 지출로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사람들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영국 정부는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하는 소비자를 보호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업계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법으로 규제하는 것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해당 발표에 대해 '영국 인터렉티브 엔터테인먼트'(UK Interactive Entertainment, 이하 Ukie)는 "우리는 자녀 보호 기능을 개발하고 이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이용자와 부모를 지원하는 추가적인 방법을 모색해 왔다"며 "앞으로도 게임에 대해 연구하는 정부 및 기타 조직과 긴밀히 협력할 수 있길 기대한다"라고 정부와의 협조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또한, 영국게임산업유통협회 TIGA는 "게임 산업이 모든 플레이어가 안전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한다"며 "부모의 동의없이 어린이와 청소년이 확률형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는 등 플레이어 보호를 위한 5가지 원칙을 공식적으로 채택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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