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의 하드코어 액션 RPG, '퍼스트 버서커: 카잔'의 데모 버전이 17일 공개됐다.
녹화한 PC 사양이 낮아 그래픽이 낮은 옵션으로 설정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3월 28일 출시를 약 2개월 앞둔 시점인 만큼 게임은 사실상 막바지 폴리싱 작업 정도를 제외하면 완성 단계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데모 버전 공개는 FGT, TCBT, 지스타 등 각종 게임쇼 현장에서 플레이 해보지 못한 게이머들에게는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정식 버전에서 경험할 수 있을 아이템 제작, 각종 보스전, 스토리 등의 콘텐츠들은 데모 버전에서는 말하기 이르기에 평을 보류하고자 한다. 다만 이번 데모를 포함해 현재까지 공개되었던 액션성과 전투는 상당히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하고 있었다.
특히 개인적으로 액션 게임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조작감은 지난 TCBT, 도쿄게임쇼 빌드에서도 매우 만족스러웠던 기억인데, 이를 데모 버전에서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만큼 게임에 관심이 있다면 꼭 플레이 해보길 권하고 싶다.
물론 피격 시 캐릭터가 다소 어색한 모션으로 경직되는 등 사소한 결점도 보이기는 하지만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기본적인 이동부터 공격 및 회피, 각종 스킬 사용, 타격감 등 게임의 코어 시스템은 상당히 탄탄하게 준비돼 있다.
호평을 받았던 'P의 거짓'이 프롬 소프트웨어에 대한 리스펙트로 똘똘 뭉친 정통 소울라이크 액션 게임을 추구한다면, '카잔'은 시스템이나 액션이 전반적으로 프롬 소프트웨어의 게임들에서 영향을 받되, 보다 '던전앤파이터'라는 IP의 특징을 의식한 RPG 측면에서의 재미가 강화된 느낌을 준다.
기본적인 액션은 과거 체험기에서도 언급했듯이 '세키로: 섀도우 다이 트와이스'를 위시로 한 프롬 소프트웨어 게임들에 크게 영향을 받은 형태다. 정교한 액션과 세밀하게 이어지는 공방에, '던전앤파이터' 특유의 간단한 조작으로도 즐길 수 있는 호쾌한 액션과 아이템 제작 및 스킬 트리 등 RPG 요소를 적극 가미해 보다 '던전앤파이터' 다운 느낌을 살려 차별화를 꾀한 것이 인상적이다.
액션의 한 축을 담당하는 스킬 트리는 얼핏 보면 가짓수가 적어 보이지만 초반부 스킬을 한두 가지만 찍어도 액션의 폭이 넓어지면서 새로운 재미를 준다. 또 도부, 대검, 창 등 준비된 3종의 무기들도 저마다의 매력 포인트가 달라서 다루는 재미가 쏠쏠하며, 무기 별로 준비된 호쾌한 스킬들도 만족스럽다.
데모의 볼륨은 딱 데모 정도라는 느낌이다. '예투가'와 '블레이드 팬텀' 등 보스 2종을 상대하게 되며, 각 보스전에 앞서 스토리 컷씬과 약간의 필드 진행이 곁들여져 있다. 만약 '프롬교' 신자거나 이러한 액션 게임에 익숙한 게이머라면 숨은 아이템을 찾아 다녀도 클리어에 약 2시간 가량이 소요되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다만 완전히 처음 접하는 것이라면 길 찾기, 보스 패턴 파악 등에 시간이 좀 걸릴 수 있을 것 같다.
데모에서는 개발팀의 난이도에 대한 깊은 고민과 해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전부터 적용돼 있던 보스 트라이 실패 시 제공되는 일정량의 '라크리마'나 아이템 등 각종 완충 장치들이 기본적으로 존재하는데, 여기에 더해 데모 버전에는 난이도 선택이 추가됐다. 이전 지스타 현장 인터뷰 당시 난이도 선택 옵션을 넣을지 내부 테스트 중이라는 답을 들었는데 최종적으로는 수치 조정 보다는 옵션 제공을 선택한 모습이다.
난이도 선택 옵션의 추가의 이유는, '카잔'이 단순한 스탠드 얼론 액션 게임이 아닌 '던파 유니버스'의 실질적인 선봉장 역할을 할 타이틀이기 때문일 것이다. 보다 더 많은 유저들이 다양한 장르와 플랫폼에서 '던전앤파이터'를 접하고 팬이 되는 것이야말로 '던파 유니버스'의 전개 목적이자 이유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카잔'의 개발 의도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게이머들이 높은 난이도에 가로막혀 좌절하면 안 된다. 물론 하드코어 액션 RPG라는 장르의 정체성과 완성도를 저버리지 않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에 '던전앤파이터'라는 게임에 관심을 가진 게이머들이 '카잔'으로 특유의 '액션 쾌감'과 '던전앤파이터' 세계관이 가진 매력을 알아가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는 의도가 읽힌다.
높은 난이도와 불합리함으로 점철된 하드코어 액션 게임을 '던전앤파이터' IP의 게임이라는 이유로 도전했다가 포기하는 것이 오히려 IP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기여할 수도 있다. 옵션을 통해 도전적인 난이도를 즐기는 게이머들에게는 기존에 의도된 난이도를, 보다 쉽게 게임을 즐기고 싶은 게이머들에게는 쉬움 난이도를 제공하고 있다. 매우 정석적이면서도 탁월한 해답이다.
기존 도쿄게임쇼, TCBT 빌드와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전반적으로 UI가 깔끔해 졌다는 것이다. 특히 전투 관련 UI는 크게 개선이 이루어졌다.
기존 빌드에서는 체력과 기력이 마치 온라인게임처럼 좌측 하단에 쏠려 있어서 집중해서 패턴을 봐야 하는 전투 도중 시선을 주기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데모 버전에서는 체력, 기력, 투지 등 수시로 확인해야 하는 게이지들이 중앙으로 정렬돼 있어 한결 편해졌다. 스킬트리의 UI도 전반적으로 다듬어지는 등 보다 완성도가 높아진 모습이다.
다만 키보드 및 마우스로 조작 시 고정된 적 전환이 마우스 휠 업 다운으로 되어 있는 점은 다수의 적과 싸울 때 다소 불편했다. 마우스를 좌우로 이동시켜 고정된 적을 변경하는 편이 훨씬 좋을 것 같다. 아니면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게끔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게임 외적으로도 칭찬하고 싶은 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일찌감치 출시 일정을 잡고 출시에 앞서 데모 버전을 공개한 것 자체가 칭찬 받아 마땅하다.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요즘은 실기 플레이처럼 보이도록 교묘하게 꾸민 일부 AAA 게임들의 트레일러 사기나 의도적으로 정식 출시 전까지 게임의 부족한 완성도를 꽁꽁 숨기는 정보 비대칭이 만연하다. 그런 측면에서 출시 전 데모 버전을 공개하며 시장 반응을 살피고 완성도와 자신감을 어필하는 선택은 매우 긍정적으로 느껴졌다. (이는 'P의 거짓' 출시 전에도 칭찬했던 부분이다.)
물론 게임스컴, 도쿄게임쇼, 지스타 등 주요 게임 행사와 TCBT 등을 통해 '카잔'에 관심이 있는 게이머라면 한 번쯤 플레이를 해봤을 테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참여하지 못한 게이머에게는 단비 같은 기회다. 놓치지 말고 플레이 해보길 추천하고 싶다.
지스타2024 현장에서 인터뷰가 종료된 이후 네오플 윤명진 대표와 만나 "개인적으로 액션 게임 장르의 팬이라 기대감이 크다. 꼭 ('카잔'을) 재미있는 게임으로 개발해 달라"고 주문하자, 그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그렇게 될 겁니다"라고 힘주어 말한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경험해 본 '카잔'은 분명 재미있는 게임으로 평가 받을 자격이 충분했다.
'카잔'이 'P의 거짓', '스텔라 블레이드'에 이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는 멋진 게임이 되어 주기를, 그리고 콘솔 게임의 황무지라 불리우는 국내에서 도전하는 이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업계인이자 게이머로서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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