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노비스 & 스퀘어픽셀즈의 '이지투온 리부트 : R(이하 이지투온)'과 '포트리스'의 콜라보 DLC가 7월 7일 발매됐습니다.
일반적으로 리듬게임의 콜라보 하면 동 장르의 타 게임에 수록된 오리지널 곡을 교환하는 것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물론 음악이 좋은 비(非) 리듬게임 콜라보도 찾아볼 수 있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죠.
실제로 '이지투온'이 그동안 선보였거나 선보일 예정인 콜라보도 한 시대를 풍미한 리듬게임 '오투잼', 콜라보 맛집 '그루브 코스터', 명실상부한 PC 리듬게임의 대표주자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 리듬게임을 즐겨한 유저라면 모를 수 없는 일본의 레이블 '하드코어 타노시' 등 리듬게임과 주로 관련이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특별한 접점이 없는 것처럼 보인 '포트리스' 콜라보는 첫 공개부터 놀라움을 자아내며 여러 측면에서 이야깃거리를 남겼습니다. 함께 공개된 '하드코어 타노시' 콜라보는 어느 정도 예상 범위 안에 있었지만, '포트리스'는 전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지투온'의 전신이 되는 'EZ2DJ'는 '포트리스'와 함께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또 따지고 보면 '포트리스'는 여전히 회자되는 추억의 게임이자 뛰어난 완성도의 음악이라는 특징 덕분에 리듬게임 콜라보 대상으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다만 이 외에는 접점이나 명분(?)이 뚜렷하지 않은 전혀 뜻밖의 예상 밖 라인업이었던 데다가, 첫 공개 당시 티저 영상에서 스쳐 지나갔던 'Be Higher'는 원본 미디 음원이 아닌 리믹스 버전이었기 때문에 긍정적인 반응과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네오노비스와 스퀘어픽셀즈는 최근 '엔들리스 서큘레이션(ENDLESS CIRCULATION, EC)' DLC를 선보이면서 차근차근 레거시 타이틀의 곡들을 추가하는 한편,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와 '하드코어 타노시' 콜라보를 예고한 상황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갑작스럽게 방송 말미에 발표된 '포트리스' DLC는 한편으로는 높은 기대감을, 또 한편으로는 '포트리스'나 음악에 대한 추억이 없는 유저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와 걱정을 동시에 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직접 그 결과물을 즐겨보니 '포트리스'에 대한 추억이 있느냐 없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감상을 받았습니다. '없던 추억도 만들어 주는 DLC'라는 말이 괜한 소리가 아니었던 것이죠.
직접 즐겨본 '포트리스' 콜라보는 콜라보가 되는 대상에 대한 철저한 재현, 디테일하면서도 소소하게 재미를 주는 요소들의 구현, 원곡의 특징은 잘 살리면서도 리듬게임에 잘 어울리게 리믹스 된 음원들이 높은 만족감을 주는 DLC였습니다.
작곡가 저마다의 특색과 강점 잘 드러난 리믹스로 '중무장'
이번 '포트리스' 콜라보에 참여한 작곡가 라인업을 살펴보면 이미 '이지투온'을 즐겨 하는 유저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이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Nauts, Roy Mikelate, ATAS, KIEN, A1NIVERSE, NieN, RiraN, yusi., 등이 그들이죠. DoubleTO의 경우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에서 한 차례 참여했기 때문에 아실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원곡들이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음악으로서는 손색이 없다지만, 어쨌거나 미디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대로 상용 리듬게임에 수록하는 것은 분명 무리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전 곡에 대한 리믹스는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제가 DLC의 출시 전 걱정스러웠던 점은 어떤 작곡가가 어떤 곡을 리믹스하게 될지, 또 원곡의 감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리듬게임에 잘 어울리게 리믹스가 가능할지 여부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걱정은, 결과물은 즐겨 보신 분들은 아시다시피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담당 곡의 배분이 정확히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보다 더 적절할 수는 없다 싶을 정도로 배분이 잘 이루어졌습니다. 리믹스 한 작곡가 명의를 가려놓고 들어도 '아, 이 음악은 이분이 리믹스 했구나' 싶을 정도로요. 작곡가 저마다의 강점과 특색이 잘 살아있고 리믹스 자체의 완성도 또한 뛰어나서 놀라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포트리스'를 즐겨본 이라면 '이 곡이 이렇게 리믹스 되었구나'를 감상 포인트로 잡으면 될 것 같습니다. 저 또한 그랬고요. 만약 '포트리스'를 즐겨본 적이 없거나 음악을 모른다면 그것대로 괜찮습니다. '내가 모르니까 신곡이다' 마인드로 즐기면 되니까요.
'Be Higher'부터 '밀양 포트리스'까지, 완성도 높은 곡 라인업
이번 DLC를 플레이하며 마음에 들었던 곡 몇 개만 짚어 보겠습니다.
우선 일명 '대기실 음악'으로 알려진 'GM05'는 전투 전의 비장함과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특유의 멜로디 덕분에 저를 포함해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음악이었는데, '포트리스' 콜라보에서는 메탈과 하드 스타일 등 두 가지 버전으로 리믹스 되었습니다.
메탈 리믹스에서는 NieN 특유의 강렬한 기타 속주가 피를 끓어오르게 하는 느낌을 줍니다. 하드 스타일 리믹스에서는 누가 들어도 만든 이가 RiraN 임을 알 수 있는 '꿍꿍' 거리는 샘플링이 귀에 확 꽂히죠. 두 곡 모두 작곡가 본연의 색깔이 잘 드러나면서도 원곡의 감성을 해치지 않는 노련한 완급 조절이 돋보입니다.
'밀양 포트리스 ~구포 경유 Remix~'는 원곡 이상으로 유머러스하고 경쾌합니다. 원곡 자체가 흥겨운 스타일이라 리믹스를 했을 때 자칫 과하게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었는데, 오히려 정면 돌파를 택해서 '호우!' 샘플링을 적극 활용한 리믹스로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사실 '밀양 포트리스'는 개인적으로 '포트리스' DLC의 발표 이후부터 줄곧 '이 곡은 무조건 수록될 것 같다'고 생각했던 곡이었습니다. 역시 유저들이 어떤 포인트를 좋아하는지 잘 알고 또 놓치지 않는 스퀘어 픽셀즈의 노련함이 인상적입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Nauts의 참여가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가 과거 '포트리스'의 음악을 만들었던 SoundTeMP 소속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당시 그가 제작에 참여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 그의 블로그에 남아 있는 프로필을 보면 가장 오래된 참여작이 '마그나카르타'이므로 아닐 가능성도 높죠.
다만 단순히 소속이나 출신 여부를 떠나서, 20여 년이 지난 지금 많은 이들의 추억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포트리스'의 대표곡 'Be Higher', 'Life is So Beautiful' 등의 곡을 본인의 스타일대로 멋지게 리믹스 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의미가 남다른 것 같습니다. Nauts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작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외에 소소한 특이 사항으로 전용 테마 스킨을 적용했을 때의 '포트리스' 로딩 음악이 있다는 것을 언급하고 싶습니다. 물론 그동안 '이지투온'의 콜라보는 늘 원작 재현에 충실했지만, 로딩 음악은 전혀 예상하지 못해서 처음 듣는 순간 옛 생각이 나 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패널, 판정, 노트 스킨들도 '포트리스'를 그대로 옮겨온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메인 챕터에서 이 정도인데 사이드 챕터도 기대를 안 할 수가 없겠죠. 사이드 챕터는 2023년 겨울 출시 예정으로, 이번 메인 챕터에서 아쉽게 만나볼 수 없었던 'There's Something about Supertank'를 포함해 8곡이 추가됩니다. 또 '포트리스 3 패왕전' 테마도 추가 예정입니다.
겨울까지는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고 그사이 예고된 업데이트도 차근차근 이루어질 것입니다. 업데이트된 콘텐츠들을 즐기고, 또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 콜라보, '하드코어 타노시' 콜라보, '포트리스' 사이드 챕터까지 업데이트 될 것이니 기대감을 갖고 조금만 더 기다려 봅시다. 언제나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보여준 스퀘어 픽셀즈를 믿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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