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밍 빔프로젝터'라고 하면 잘 와닿지 않는 게이머가 많을 것 같다. 기자 역시 그랬다. 친구들과의 모임이나 펜션 등에서 사용하기 위해 빔프로젝터를 구입해 게임기를 물려 사용해 본 적도 있지만 좋은 경험은 아니었다. 빔프로젝터는 밤에 불꺼놓고 영상보는 용도이지 게이밍 기기는 아니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 급성장중인 빔프로젝터 메이커 뷰소닉에서 '게이밍 빔프로젝터' 제품군을 출시했다고 해서 관심이 생겼다. 'X1-4K'와 단초점 'X2-4K'가 그것인데,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해 Xbox 공식 인증을 받고 나온 제품들이다.
뷰소닉은 1987년 설립된 디스플레이 솔루션 전문 기업으로 미국 LA를 본사로 전 세계에 100여개 지사를 두고 있다. 뷰소닉은 한국 시장에서도 오랫동안 디스플레이 솔루션 사업을 이어왔으며, 특히 빔프로젝트 분야에서 코로나 시기로 변하는 유저들의 수요에 발빠르게 대응해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렸다.
코로나 사태 이후 수요가 크게 늘어난 캠핑 등에서 사용할 휴대용 빔프로젝트나 집에서 큰 화면을 원하는 유저들을 위한 4K 빔프로젝트에서 특히 좋은 모습을 보여 4K 빔프로젝트 분야에서는 국내 점유율 1위까지 뛰어올랐다고.
뷰소닉에서 빔프로젝터 사업을 총괄하는 김성진 본부장은 이 부분에 대해 "빔 프로젝터는 판매자 위주 시장으로 관공서, 학교 등이 주요 수요였다. 보수적 시장 환경 상 점유율을 끌어올리는데 한계가 있어서 다른 브랜드들이 투자를 덜하는 홈 엔터테인먼트, 포터블 시장 라인업 확장에 주력했다"며 "2020년 코로나 이후 생활 습관과 생활 반경이 바뀌었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 늘어나며 홈 엔터테인먼트 수요가 크게 늘었다. 더불어 가족끼리 즐기는 캠핑 등에서의 수요도 커졌고 자연스럽게 투자를 이어온 뷰소닉으로 수요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사태는 한국에서만의 이야기가 아니었고, 자연스럽게 글로벌 시장에서도 뷰소닉의 점유율이 크게 증가해 현재 글로벌 4위 위치까지 오르게 됐다고. 국내에서는 종합 점유율에서는 3위로, 2017년까지만 해도 점유율 10위권 밖으로 '기타 브랜드'로 잡히던 것에서 불과 5~6년 만에 최상위권까지 뛰어오른 성과이다.
뷰소닉이 자신있게 '게이밍' 빔프로젝터라고 할 정도로, 실제 게임을 즐길만한 화질, 반응속도 등을 갖춘 것인지 궁금해져서 실제 기기를 활용해 게임을 플레이해 보기로 했다.
시연 요청을 흔쾌히 수락한 뷰소닉의 협력을 얻어 실제 'X1-4K' 모델로 '엘든링'과 '디아블로4' 등을 플레이해보고 뷰소닉에서 빔프로젝터 사업을 총괄하는 김성진 본부장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실제 'X2-4K' 모델로 '엘든링'을 100인치 화면으로 설정해 플레이해 보니 반응 속도가 집에서 플레이스테이션으로 플레이하던 것과 차이가 없었고, 화질도 굉장히 좋았다. Xbox 공인을 받은 만큼 Xbox에서 QHD 120프레임까지 지원한다는데 게임이 너무 잘 돌아가고 보기 좋아 빔프로젝트에 대해 갖고 있던 기자의 선입견은 순식간에 박살났다.
사운드도 너무 좋아 따로 스피커를 설치한 것으로 오해했지만, 자체 스피커였다. 하만카돈 스피커를 내장했는데, 별도의 사운드바나 스피커가 필요없이 그냥 빔프로젝트만 챙기면 되는 수준이었다.
김 본부장은 콘솔 기기를 모두 보유한 게이머로, 본인이 게이머이기에 빔프로젝터에 대한 기자의 선입견에 대해서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와 나눈 대화를 옮겨본다.
게이밍 빔프로젝터 화면만 큰 것이 아니야, 퍼포먼스도 갖췄다
이혁진 기자: Xbox 인증받은 빔프로젝터를 만들자고 결정한 계기가 먼저 궁금합니다
김성진 본부장: 왜 게이밍 프로젝터 제품에 도전하게 되었냐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할 것 같습니다. 저희는 무엇보다 게이머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기존의 게임을 즐긴다고 하면 콘솔게임을 플레이할 때 TV나 모니터에 연결해 제한된 화면 사이즈에서 게임을 해야 했습니다. 게이머들에게 더 큰 화면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자. 그저 화면만 큰 것이 아니라 게임 퍼포먼스도 게이머들이 원하는 수준이 나오도록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마이크로스프트 Xbox 팀과 협업해 게이밍 특화 제품의 개발에 나서게 됐습니다.
'게이밍' 빔프로젝터 시장이 도전에 나설 정도로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 사실 조금 놀랍습니다
김성진 본부장: 저희는 충분히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2018년 글로벌 770만대 시장에서 게이밍 빔프로젝터가 포함되는 4K 빔프로젝터는 23만대에 불과했습니다. 3%에 불과했죠.
하지만 2022년에는 코로나 여파로 전체 시장이 480만대 규모로 축소된 상황에서 45만대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단순 숫자로도 2배 성장했고, 비중으로는 전체 시장의 10% 가까운 규모가 된 것이죠. 갈수록 시장성이 커지고 있고 우상향하고 있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다른 빔프로젝터 제조사는 숫자만 보고 게이밍 빔프로젝터는 시기상조라 볼 수 있지만 저희는 성장세에 주목한 것입니다.
사실 모니터에서도 게이밍 모이터에 큰 힘을 기울이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분위기가 강한데 빔프로젝터에서 게이밍에 집중하는 것은 일반적인 기업의 시각에서 투자 대비 효율을 따지면 쉽지 않은 결정일 겁니다 저희 뷰소닉은 후발주자 입장에서 포터블, 홈 엔터테인먼트에서 성장해 왔고 4K 게이밍 빔프로젝터도 더 많은 유저들이 체험해 보면 향후 선택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TV 시장을 1000만대 정도라고 봤을 때 1%만 빔프로젝터로 넘어와도 10만대의 추가 수요가 생기는 것이니 큰 성장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에게 적절한 메시지를 주고 사용 목적에 맞는 구매로 이어진다면 4K 빔프로젝터 성장세가 커질 수 있다 보고 한발 엎서 Xbox 인증을 받고 출시하기로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실제 플레이해보기 전에는 빔프로젝터로 제대로 게임을 할 수 있겠나 의심을 했습니다. 시연해 보고 사과해야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김성진 본부장: 소비자들이 가진 빔프로젝트에 대한 선입견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빔프로젝터로 큰 화면을 만들 수 있는 건 알겠지만 게임을 즐길 때 큰 화면 외에 게임을 즐기는 시너지가 있겠냐 의문을 가진 분이 많을 것입니다.
큰 화면에서 주사율이 제대로 나오느냐, 60프레임으로 돌아가느냐, 조작 시 응답성이 좋은가, 입력에 즉각 반응이 오는가, 바로 빛을 쏴주는 모니터와 달리 빔프로젝터는 반사되어 나오는 빛인데 품질, 명암비가 제대로 나올까, 색상을 제대로 표현해 줄까 등등...
특히 화면만 크고 해상도가 낮은 것 아니냐는 것이 일반적으로 가진 선입견일 것입니다.
제 생각을 어떻게 읽으신 건가요
김성진 본부장: 많은 분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십니다. 특히 해상도가 낮은 것 아니냐는 오해를 많이 하시죠. 4K 빔프로젝터라고 하면 보통 놀라시더군요.
이런 선입견들로 큰 화면이라는 장점이 있어도 쉽게 구매로 이어지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이것이 게임으로 오면 더 의심이 커지죠. 게이머들에게 어떻게 메시지를 주고 실제 퍼포먼스를 보여드릴지가 고민이었습니다.
Xbox와의 협업은 언제부터 진항된 건가요
김성진 본부장: 2022년 1월부터 시작해 6개월여 검토하고, Xbox 팀과 협의하며 그 뒤에도 시제품을 만들어 테스트하는 작업을 끊임없이 거쳤습니다.
Xbox 공식 인증을 받으려면 7개 카테고리 63개 기준을 모두 통과해야 하거든요. Xbox와의 디자인 통일성, 사용 안정성, 인터페이스, 기기 스펙이 Xbox 팀의 요구에 부응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유저들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지도 검토 대상입니다. 전력, 유저 경험 등 다양한 조건이 있었고, 396일에 걸친 테스트를 거쳐 최종적으로 출시할 수 있게 됐습니다.
기기만이 아니라 패키지 디자인도 마이크로소프트와 협의해 컨펌을 받은 것으로, 색상과 로고부터 Xbox 인증을 받은 제품이라는 티가 나도록 디자인되었습니다.
레이싱, FPS도 빔프로젝터로 할 수 있도록 만든 제품이야
'디자인 for Xbox', 공식 인증 제품이라 무엇이 특별해진 것인가요
김성진 본부장: 이번에 선보인 게이밍 빔프로젝트 제품들에는 HDMI 포트 2개가 있는데, 이중 2번에 연결하면 Xbox 시리즈 X/S에 최적화된 세팅이 자동으로 잡힙니다. 해상도 최적화는 물론 컬러모드도 게이밍 모드로 변경되고 주사율 등 모든 면에서 최적값을 잡아줍니다. 추가 설정 등 번거러운 절차 없이 120인치 화면에서 최적 퍼포먼스로 게임을 바로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그 동안도 게이밍 빔프로젝터를 표방한 제품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뷰소닉의 이번 라인업이 어떤 점에서 더 좋아졌나요
김성진 본부장: 말씀하신 대로 게이밍 빔프로젝터가 그동안 많이 나왔지만 모두 1440p 60hz를 지원하는 제품들어었습니다. 저희 'X1-4K'와 'X2-4K'는 1440p에서 120hz 지원이 가능해진 제품들입니다.
일반 캐주얼 게이머들에게는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지만 코어 게이머들에게는 매력적인 제품들이라 봅니다. 레이싱게임, FPS게임도 빔프로젝터로 즐길 수 있도록 제공하는 제품들입니다.
3세대 LED로 밝기 면에서도 개선되었고요. 태양광 하에서 게임을 한다 이정도는 아니더라도 암막을 쳐야 간신히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수준에서는 벗어나게 됐습니다.
집에서는 TV에 콘솔을 연결해 게임을 하는데 TV를 빔프로젝터로 교체한다고 생각하니 역시 조금 어색한 느낌이 듭니다
김성진 본부장: TV에서 일반 유저 대상 시장은 76인치까지일 겁니다. 그 이상은 크기 제약이 매우 크죠. 85인치 TV는 엘리베이터에 들어가지 않을 거고요 일단. 사다리차를 동원하고 베란다를 뜯어내야 들어갈 겁니다. 게다가 무게도 있어 기우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설치 인력의 전문성이 요구되죠. 가격도 매우 높습니다. 저가 패널을 써도 700만원 이상은 하므로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접근이 쉽지 않습니다.
그런 75인치 이상 화면을 원할 때 대안은 빔프로젝터입니다. 특히 조건을 '게임'으로 좁히면 기존 게이밍 빔프로젝터들은 일반 게이머들에게는 문제가 크게 없어도 코어 게이머들에게는 아쉬움이 컸던 것이 사실입니다.
저희의 이번 제품군은 XBox 공식 인증을 받을 정도로 게임을 즐기기에 충분한 퍼포먼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합니다. 가격 면에서도 기존 빔프로젝터들이 3세대 LED를 사용한 제품은 250만원 이상으로 가격이 매겨져 있는데, 저희는 X1을 199만원, X2는 224만원으로 합리적으로 설정했습니다. 게이머들에게 메리트가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Xbox 인증으로 가격이 더 비싸지는 것 아닐까 했는데 의외로 낮은 가격대로 나와 놀랐습니다
김성진 본부장: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도 하드웨어를 팔아 돈을 벌기보다는 유저 저변을 넓히고 게임패스 구독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나가가야 하니 저희와 윈윈이 되는 것 아니었나 합니다.
저희 뷰소닉 한국지사 입장에서도 마진을 상당 부분 포기하고 가격책정을 했습니다. 4K 게이밍 빔프로젝터를 더 많은 분들에게 접하도록 하고 싶었기 때문이자,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내린 결정입니다.
X1과 X2의 차이는 어떤 부분에 있나요
김성진 본부장: 설치 장소의 문제입니다. X1은 2.5미터 거리에서 100인치 화면 투사가 가능하고 단초점 X2는 1.5미터 거리에서 100인치 화면 투사가 가능합니다.
X1은 최대 화면 150인치까지 가능해서 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공간에 설치해 적절한 크기의 화면을 확보하는 제품입니다. 원룸이나 빌라에서 150인치 화면을 확보하고 싶을 때는 X2가 더 어울립니다. X2는 단초점이라 천장에 설치할 것 없이 선반에 놔도 됩니다. 거실과 방을 옮겨가며 쓸 수도 있습니다. 반면 X1은 제대로 설치를 하고 사용하는 제품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가격 경쟁력과 타겟 제품, 뷰소닉의 양대 전략
Xbox가 아니라 가령 플레이스테이션5를 연결하면 어떻게 될까요
김성진 본부장: Xbox는 인증을 받은 제품이라 최적 퍼포먼스가 바로 지원됩니다만, 플레이스테이션에서는 하드웨어적으로는 구현이 되어야 하는데 막혀 있습니다. 소니에서 열어주면 최대 성능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풀스펙 활용이 안됩니다. 4K 60hz로는 구동되는데 4K 120hz로는 구동이 안되는 것이죠.
저 자신도 플레이스테이션도 보유한 유저이고 카와우치 전 대표 시절부터 소니가 한국어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서 한국에서 시장 확대를 해 왔기에 플레이스테이션에서도 최적 퍼포먼스를 보여드리고 싶은데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저는 와서 해보고 성능을 알게 됐지만, 빔프로젝터는 공간이 필요해서 역시 알리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김성진 본부장: 모니터나 노트북은 마트나 상점에 가서 체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빔프로젝터는 공간이 필요하죠. 투사 거리, 적절한 조명도 필요해서 마트에서는 시연하기가 어렵습니다.
빔프로젝터에 선입견을 가진 소비자들이 직접 100인치, 120인치 화면을 보면 놀라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상도, 화면 색감 등이 일반 TV보다 더 좋다고 놀라는 걸 늘 보게 되는데 더 많은 분들에게 보여줄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확실히 캠핑장 등에서 뷰소닉 빔프로젝터를 자주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코로나 시기 성장을 크게 이뤘는데, 마지막으로 코로나가 지난 시점에서의 전망은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김성진 본부장: 현재는 불황에 3고 시대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입니다. 소비자들의 가처분 소득도 떨어지고 물가는 올라가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는 정확한 전략을 가져가야 한다고 봅니다.
가성비로 갈거면 확실한 가성비로 이 가성비면 내가 꼭 사야 한다는 확신을 주는 제품을 제공해야 하며, 아니라면 확실하게 타게팅된 커스텀 제품으로 어필해 이 스펙이 필요한데 이 제품 뿐이라는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애매하게 포지션을 다 가져가서 모두 만족시키려는 것은 현재 시장 상황에서 욕심일 겁니다. 확실한 전략으로 소비자가 꼭 필요하다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고 소비자가 봤을 때 가성비, 가격 메리트냐 원하는 스펙이냐를 확실하게 포인트로 짚어줘야 합니다. 뷰소닉의 전략도 이 부분에 있습니다. 게이밍 빔프로젝터에 게이머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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