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자국 국민들의 단체관광을 사실상 전면 허용했다.
10일 중국 문화여유부는 한국·미국·일본 등 세계 78개국에 대한 자국민의 단체여행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중국 외교부도 한국과 일본 외교당국에 자국민의 단체관광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일 언론 보도등에 따르면, 중국 문화여유부는 "중국 공민(국민)의 해외 단체여행과 관련한 여행사 업무를 시범적으로 재개한 뒤 여행시장이 전반적으로 평온하게 운영돼 여행 교류·협력에 긍정적인 역할을 촉진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발표로 중국인의 단체여행이 가능해진 국가에는 한국·일본·미얀마·튀르키예·인도 등 아시아 12개국, 미국·멕시코 등 북중미 8개국, 콜롬비아·페루 등 남미 6개국이 포함됐다.
중국 정부가 자국민들의 단체관광을 허용하면서 항공, 호텔, 면세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직간접적으로 '한한령'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게임 업계에서도 '한한령'의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입장 변화는 한중 관계가 본격적으로 얼어붙은 이후 6년 5개월여 만이다. 항공, 호텔, 면세 등 관광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업계에서는 '큰손'인 '유커(游客, 중국 단체 관광객)가 돌아온다며 환영하는 모습이다.
중국 정부는 2017년 3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 배치에 따른 외교적 보복성 조치로 한국을 대상으로 한 전방위적 불이익을 주는 '한한령'을 암묵적으로 시행해 왔다.
한국 정부의 반발에도 중국 정부는 "'한한령'은 없다"는 대외적인 입장을 고수했지만, 중국 의존도와 점유율, 수출 비중 등이 높은 일부 업계에서는 직간접적인 타격을 입어 이러한 입장을 믿지 않는 분위기였다.
특히, 당시 국내 게임업계는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편이었고 국내 게임업체들도 엄청난 인구를 가진 중국을 '블루 오션'으로 여겨왔기에 이러한 '한한령'과 의도적인 외자 판호의 발급 중단은 중요 이슈로 다뤄졌다. 국정감사 현장에서는 외교부가 적극 나서 중국 정부에 항의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나온 바 있다.
비교적 최근까지도 중국 현지 서비스를 위한 판호 발급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해부터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와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에 대한 외자 판호 발급 소식이 전해졌고 이어 2022년 12월 말에는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와 '에픽세븐', 넥슨의 '메이플스토리M', 넷마블의 '제2의나라' 등 국내 게임사들이 게임들이 대거 외자 판호를 받으면서 '한한령'의 빗장이 조금씩 풀리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오늘(10일) 중국 단체 관광 허용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게임 업계에서는 외자 판호 발급에 이은 '한한령'의 일부 해제, 더 나아가서는 전면 해제까지도 가능해진 것 아니냐는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중국이 여행 및 관광과 같이 눈에 직접적으로 보이는 산업에 대한 '한한령'을 해제한 후 게임, 드라마, 영화 등의 엔터테인먼트 및 문화 콘텐츠에 대한 '한한령'도 순차적으로 해제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 세계 최대 중국 시장이 다시 열리는 것만으로도 국내 게임업계에는 커다란 호재가 아닐 수 없다.
다만 게임업계에 대한 '한한령'이 풀리고 국내 게임사들이 판호를 발급 받아 중국에 진출한다고 하더라도 예전처럼 '무혈입성' 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한령'이 유지되고 판호 발급이 지지부진 했던 6년 여의 시간 동안 중국 게임사들의 개발력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치고 올라왔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판호를 받은 국내 게임들이 중국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런 부정적 전망에 힘을 더하고 있다. 물론 판호를 받은 국내 게임들이 정식서비스를 시작한 지 다소 시간이 지난 게임들 위주인 점 때문에, 중국 내 서비스 되더라도 경쟁에 큰 문제가 없을 게임을 골라 외자 판호를 내주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지만 이런 부분을 차치하고서라도 국내 게임들의 경쟁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과거에는 중국이 한국 게임사들의 노하우와 기술력을 배우거나 퍼블리싱을 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몸집과 기술력을 함께 성장시킨 현재 시점에서는 중국이 외자 판호를 풀어줘도 내수 시장, 글로벌 시장에서 문제될 것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
또 중국 정부가 몇 개의 게임에만 조금씩 판호를 내주는 것을 보며 기대감을 갖는 것이 '천수답' 농사와 같다는 냉정한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국의 게임사들을 육성하고 경쟁을 최대한 유리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내기 위해 극소수의 해외 게임에만 판호를 내주며 생색내기를 하는데, '판호' 발급이나 '한한령' 해제와 같은 소식에 국내 게임 업계가 지나치게 일희일비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한편, 중국 정부가 판호 미발급과 함께 게임에 대한 직접적이고 강력한 규제안을 여전히 시행 중인 만큼, 길게 이어진 신작 가뭄 속에서 의외의 성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있다.
또 '원신'과 '왕자영요' 등 현지에서 인기가 높은 내수 게임들이 여전히 강력하지만, '로스트아크'나 '블루 아카이브'와 같이 꾸준히 화제를 모으며 좋은 성적을 내는 게임들의 중국 현지 성과도 기대해 봄직 하다는 것이다.
국내 게임사들은 전통적인 퍼블리셔-개발사 계약을 통한 진출 외에도, 직접 진출 대신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IP를 중국 개발사에 제공하거나, 협업 형태로 게임을 개발해 내자 판호를 획득하는 형태로 중국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오랜만에 들려온 빗장 해제 시그널이 게임 업계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 다시 찾아온 '블루오션' 공략의 기회를 국내 게임 업계가 잘 잡아 중국 현지에서 '게임 한류'를 다시 일으킬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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