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으로 마무리 된 '2023 BIC', 서태건 조직위원장 "벡스코 개최는 개발자들 요망에 응답한 것, 초심 잃지 않는 행사로 만들 것"

등록일 2023년08월31일 10시25분 트위터로 보내기

 

부산 벡스코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되어 27일 폐막한 '부산 인디커넥트 페스티벌'(BIC) 서태건 조직위원장이 BIC 사상 첫 벡스코 개최 이유와 10주년 비전 등에 대해 직접 밝혔다.

 

한국을 대표하는 인디게임 축제 BIC는 2015년 시작되어 매년 규모를 키워 '역대 최대규모' 개최를 이어가고 있다. 2023년에는 세계 20여개국 200개 이상 게임이 출품되어 역시 역대 최대규모로 개최됐다.

 

BIC 2023년 행사를 성공리에 마무리한 서태건 위원장을 만나 2023년 행사에 대해, 그리고 10주년의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개발자들 요구로 벡스코서 개최, 게임이라는 틀 벗어난 행사 될 수도...
먼저 9주년 소감이 궁금하다. 벡스코에서 열린 것은 처음이다
서태건 위원장: 9년 동안 메뉴가 계속 바뀌어 왔는데, 사실 2015년 처음 시작할 때 전년도 예산 계획을 수립하고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부산정보진흥원장으로 있을 때였는데, 예산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시작해 인디게임 관계자들, 단체들, 개발자들이 재능기부 형식으로 힘을 실어줘서 시작해 장소도 진흥원 건물 내 복도, 강당에서 마치 집에 손님들을 초대한 듯한 형태로 시작했다.

 

그러다 다음 해에 부산 영화의 전당 야외에서 천막을 치고 했는데, 당시 비가 오고 태풍도 몰아쳐 천막이 날아갈까봐 모래주머니를 붙들고 있던 기억, 컴퓨터가 젖을까봐 실내로 옮기고 하던 추억이 지금도 생각난다.

 

형편이 좀 나아져서 실내에 처음 들어간 것이 부산항 컨벤션센터였다. 앞서 세곳의 행사장에서 진행하며 인디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행사한다는 마음, 풋풋함도 있었지만 불편한점도 많았다. 인디가 힘들고 어려워야만 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했다.

 

많은 개발자들에게 개최 장소에 대한 요구 사항이 있었고, 그들의 희망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벡스코라는 전문 컨벤션센터로 오게 됐다.

 

사실 BIC의 규모가 지금은 부산 내에서 담을 수 있는 공간이 벡스코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여러가지 인디스러운 모습을 더 유지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좀 있었지만, 옮기니 다들 만족하는 것 같아서, 편의성, 접근성에 흡족해 하는 분이 많아 다행이라 생각한다. BIC를 찾는 분도 예전보다 많아져서 장소는 잘 옮긴 것 아닌가 한다.

 



 

매번 역대 최대규모로 열리고 있는데 비결은 뭐라고 보나, 내년은 10주년인데 어떤 비전을 갖고 있나
서태건 위원장: 1회부터 9회까지 계속 성장하는 모습을 봐 주신 것 같은데, 사실 처음 시작할 때 BIC는 어워드라는 성격으로 시작한 행사라 외형을 키울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고 지금도 없다. 경쟁 부문인 어워드 부분은 외형보다는 많은 좋은 출품작이 있는데 잘 선정해서 질적으로 우수한 게임들을 선보이는 게 목표였다. 양보다는 질을 목표로 해온 행사이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출품 못하는, 기회를 못 받는 게임이 많아 안타깝고 불만도 있고 해서, 만들고 계신 게임을 선보일 장을 확대하자고, 소통의 장을 확대한 것이 규모 확대로 이어진 것이다. 어워드 자체는 규모가 유지되고 있다.

 

매년 새로운 분야가 신설되고 있다. 일반 부문 위주로 하다 루키 부문이 생겼고, 빅 커넥터즈 1기를 3년 전에 신설해서 그분들이 활발하게 소통의 연결 역할을 해주고 계신다. 작년에는 버츄얼 유튜버를 처음 론칭해서 소통의 새로운 면을 열었다. 올해는 경쟁 부문 외에 비경쟁 부문을 신설해서 또 규모가 커졌다.

 

내년은 BIC 10주년인데 큰 기조는 그대로 가되 올해 참가한 게임인들의 요구 사항이 있을 것이라 의견을 반영해서 또 다른 모습이 내년에 생길 수도 있겠다 싶다. 아직 확정된 내용은 없다.

 

사실 BIC라는 이름은 '게임'이라는 명칭 없이 부산, 인디, 커넥트로 구성되어 있다. 부산은 글로벌 행사가 열리는 곳으로 글로벌의 의미가 담겼고, 인디는 우리가 대상으로 하는 영역이 인디라는 것, 그 다음 커넥트는 소통의 장을 추구한다는 의미이다.

 

혹시 먼 미래에는 게임만이 아닌 다양한 장르의 인디 씬과 연계한 부분도 확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갖고 있는데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인디 중심 어워드 수상을 통해서 인디게임 생태계 플랫폼으로 지속적으로 나아간다는 것이 우리 기본 계획이다.

 

게임업계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다 인디게임 행사 BIC를 맡아 오래 위원장으로 일해 오셨다. BIC를 시작하게 된 계기, 그 동안 뿌듯했던 일이 있다면 들려주기 바란다
서태건 위원장: 2015년 처음 인디게임 행사를 시작할 때는 필요성을 개인적으로도 느끼고 있었는데, 해외에는 인디게임 행사가 있고 관심을 많이 갖는데 한국에서는 인디게임에 관심을 갖는 기관, 기업이 없는 상황이었다.

 

정부에서 그런 역할을 해 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었지만 기다리기만 하지 말고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자고 부산에서 시작한 것이다. 인디라는 영역이 다양성, 창의성과 같은 키워드를 갖고 있는 영역이라 게임이라는 미디어의 미래 핵심 재미를 담고있는 인디가 게임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다. 지역에 있다보니 좀 더 느꼈던 부분인 것 같다.

 

2015년 BIC를 시작하며 가장 뿌듯했던 것은 초라한 집에 손님을 초청했는데 너무 많은 분들이 찾아줬다는 것이다. 특히 해외에서 많은 개발자들이 찾아줘서 글로벌 이름에 걸맞는 행사로 만들어 준, 처음에 관심을 가져 준 그분들을 만날 때면 울컥하는 부분이 있다.

 



 

인디게임에 대한 주목도와 역할 커졌어, 환경 적응하며 초심 잃지 않도록...
행사장이 벡스코가 되니 너무 산업적 의미가 커져 인디게임 행사라는 취지가 조금 퇴색되는 것 같다는 지적도 있더라
서태건 위원장: 사실 벡스코로 올 때 처음에는 개인적으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정말 개발자들이 벡스코에서 하자고 하나, 인디스러운 모습으로 가야 하지 않나, 벡스코는 조금 어색하드 싶었다.

 

일본의 세계적 인디게임 행사 비트서밋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비트서밋은 2013년에 교토 근교에 거주하는 해외 개발자들의 자생적 커뮤니티로 만들어진 행사인데 지금은 큰 행사로 발전했지만 인디스러운 모습을 동경하고 있었다. 그런데 가 보니 지스타랑 다른게 뭔가 싶더라. 소니관, 닌텐도관, 스팀관이 있고 메세에서 진행하는 행사였다.

 

깜짝 놀라고 내가 나만의 생각으로 갇혀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벡스코로 자리를 옮기자고 할 때에 마음에 변화가 좀 생겼다. 거기에 개발자들에게 BIC의 역할로 인디의 산업화가 되어 좋다는 말을 듣고 이제 우리가 인디게임을 하나의 산업의 영역으로 볼 필요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2005년에 지스타를 만든 사람으로서 BIC가 동일한 성격의 전시나 행사였다면 구태여 만들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인디가 추구하는 영역이 있고, 큰 영역, 게임이라는 큰 틀에서 하나에 담을 수 있는 분야가 있다고 본다. 인디는 인디로 집중해서 해야할 역할이 있고, 거기 집중적으로 지원할 필요도 생긴 것이라 게임산업 내에서 인디의 비중이 커지기 시작한 것도 느낀다. 앞으로 더 커질 것 같다. 그런 만큼 거기 집중해서 하는 행사가 별도로 필요하겠다, 지스타 내에서 인디를 일부 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더 전문적으로 하는 행사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시작한 것이 BIC이다.

 

대만을 보면 타이페이 게임쇼가 지스타처럼 진행되고 있는데, 작년에 처음으로 BIC 같은 인디 전문 전시회가 만들어져 첫해에 매우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타이페이 게임쇼에 가보면 인디게임이 중심이라 중복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한데 인디게임 전문 행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하니 인디게임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행사들이 필요해진 시기라고 더 느끼고 있다.

 

이제 앞으로 쭉 벡스코에서 열린다고 보면 되나
서태건 위원장: 우리 생각이 아니라 참여한 분들의 의견을 우선하는 행사인 만큼 의견을 들어보고 불편한 점이 있거나 우리에게 안 맞다 싶으면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장소를 바꿔야 한다면 고민스러운 상황이 된 건 맞다. 이만한 공간이 어디에 있을지, 고민스러운 상황이 된 것 같다.

 

개최 시기가 바뀐 것은 이대로 유지되는 것인가
서태건 위원장: BIC 규모가 크다고 하지만 벡스코 입장에서 그렇게 큰 것은 아니다. 우리가 벡스코 일정을 마음대로 하면야 좋겠지만 협의를 해서 정해야 하는데, 벡스코 일정이 연중 거의 잡혀 있어서 우리에게 필요한 8월이면 8월, 필요한 날을 빼내야 하는 것이다. 내년은 일단 8월중으로 확정해 뒀다. 게임스컴이랑 겹친다거나, 비트서밋 기간과 연계하면 인디 게이머들이 해외에서 오기 편하지 않을까 하는 의견도 있는데 가능한 한 조정해 보지만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사실 비트서밋도 늘 5월에 열리다 올해는 7월에 진행됐다. 더위에 고생한 분이 많다던데, 메세 공간을 못 잡아서 밀린 거라고 하더라. 우리 행사 언제 합니다 하고 못박아두면 좋겠지만 BIC도, 비트서밋도 현실적으로 행사장 일정에 맞춰 일정이 잡히는 것이라 쉽지 않다.

 



 

벡스코에서 열려 더 많은 관람객이 행사장을 찾은 것 같다. 인디게임의 가장 큰 문제는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인데 알리기 위해 더 보완할 부분은 뭐라고 보나
서태건 위원장; 좋은 지적이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볼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이번에 지리적으로는 조금 접근성이 좋아졌다지만 게임인들 마음에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심적인 접근성은 어떨지도 생각해 봤다. 우리가 더 노력해야겠고 시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다.

 

홍보, 알리는 노력을 계속해야하고 BIC라는 브랜드가 지스타만큼 알려지는 시점, 'BIC가 게임행사구나'하고 일반 시민들이 찾아오는 정도까지는 되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역대 BIC 수상자들을 불러 심사를 맡긴다거나 전시를 시키는 등 협업 생각은 없나
서태건 위원장: 불러서 성공담을 듣는 것은 저희가 꼭 하고싶은 부분이다. 커넥티드로 주로 국내 작품 위주로 조금은 되고 있는데, 예전 출품작, 다시 보고싶은 작품 20편 정도가 전시됐다. 해외 게임도 좀 초청할 여력이 생기면 좋겠다는 마음은 갖고 있다.

 

소규모 개발 인디게임의 글로벌 성공 사례도 많아졌다. 그런 분들을 불러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서태건 위원장: 좋은 생각이라고 보고 적극적으로 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 앞으로 계획을 잡아보겠다. 해야 할 일이 아직 많은데 그것도 그중 하나가 될 것 같다. 유명해진 분들은 모시기 쉽지 않고 예산적인 부분도 안면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여력이 되는 대로 노력해보겠다.

 

마지막으로 한말씀 부탁드린다
서태건 위원장: 역대 최대 규모 행사가 됐는데, 내용이 충실한 행사가 우선시되어야 할 것이다. BIC의 본질이라고 생각하는 인디게임 생태계 조성에 진정성 있는 노력을 이어갈 것이고, 오염되지 않고 초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할테니 많은 애정과 질타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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